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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이시바까지 움직인 베트남] 하이퐁 산업단지 공장 매각 실패 사례로 본 외국인 투자 전략
베트남 하이퐁 이야기입니다.
2025년 4월, 베트남은 글로벌 외교·경제의 교차점에 섰습니다. 중국, 일본, 미국의 수장이 거의 같은 시기에 베트남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보내며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4월 14~15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여 철도, 희토류, 디지털 경제, 문화 등 45건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이번 방문은 사실상 베트남을 글로벌 공급망 내 중국의 주요 파트너로 다시 설정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직후, 일본의 신임 총리 이시바 시게루도 하노이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그는 팜 민 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전환 기술, 반도체 연구, 인재 교류 등 4건의 구체적인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베트남-일본 대학을 방문해 교육 및 기술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단순 상징 방문이 아닌 실행 중심의 외교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통한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이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최대 46%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미·중·일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베트남은 이제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공급망과 외교 전략의 핵심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우리 같은 실무 현장, 즉 하이퐁에서 공장 거래를 중개하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사례1] 중국계 기업: 계약금까지 입금 후 돌연 철회
얼마 전, 하이퐁 남까우끼엔 산업단지 내 공장 매각을 중개하던 중 한 중국계 제조업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접촉해왔습니다. 현장 실사, 조건 협의, 계약금 송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곧 완전한 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트럼프의 발언 직후 해당 업체는 내부 전략 재조정을 이유로 거래를 철회했습니다. 이 기업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ODM 기반 생산 업체였고, 베트남에 위치한 공장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하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리스크를 감지하고 철회한 사례로 해석됩니다.
[사례2] 한국계 기업: 계약 직전 단계에서 투자 보류
뒤이어 협상에 나선 한국계 중견기업은 훨씬 더 신중한 접근을 보였습니다. 몇차례의 현장 실사와 조건 조율, 법률 검토까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었고, 계약서 초안 검토까지 마친 상태에서 “지금은 전체 인수보다는 장기 임대부터 검토하고 싶다”며 철회했습니다.
이후 확인된 바로는 이 기업 역시 동남아 전반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베트남 집중도를 일부 조정 중이었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시장 비중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발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결정적으로는 공장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공장 설비, 전력, 인력 확보 등에 대한 확신 부족이 작용했습니다.
[하이퐁 투자 흐름의 실질적 변화]
2025년 1분기 기준, Savills Vietnam 자료에 따르면 북부 공단의 평균 임대료는 1㎡당 4.8~6.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하이퐁에서 공장 임대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베트남 기획투자부(MPI)는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계 신규 법인 설립 건수가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국제 정세와 맞물린 ‘위험 회피 심리’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패 원인을 국제 정세에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이 모든 계약 무산의 원인을 국제 뉴스에만 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현지 거래를 하면서 가장 체감한 부분은 베트남 내 행정 절차의 복잡함, 명의 구조, 전력·물류 인프라의 불균형, 운영 인력 부족 등이 여전히 거래 성사에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공장은 단순 부동산이 아니라 실제 제조가 가능한 ‘활동 자산’입니다. 따라서 매수자는 생산성과 수익성, 법적 안전성, 확장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며 마지막까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응 전략: 단순 중개를 넘어선 맞춤 제안 필요]
이제는 단순히 부동산 중개만으로는 계약을 성사시키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제안이 필요합니다.
- 정책 리스크 명확화: 수출국, 관세 가능성, 원산지 증명 절차 등 솔직하고 투명한 사전 안내
- 투자 구조 다양화: 전체 인수가 부담스러운 경우, 장기 임대+옵션 계약, 일부 지분 우선 매입 제안
- 시장 타깃 전환: 미국 수출 대신 베트남 내수·아세안 시장 타깃으로 설명해 리스크 완화
- 공장 운영 컨설팅 병행: 전력 공급, 인력 알선, 허가 대행까지 연결한 ‘패키지 중개’로 신뢰 강화
[결론]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번 하이퐁 공장 매각 실패 사례는 단순한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실패했는가”를 되짚으며, 다음 거래에서는 어떤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배우게 된 기회였습니다.
국제 정세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하이퐁에서 현장을 매일 보고 듣고 중개하는 제 입장에서, 지금 이 시기는 준비된 사람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리는 시간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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