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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이퐁 해방 70주년 퍼레이드 – 외국인 대표단으로 참여한 생생한 현장기

 

2025 하이퐁 해방 70주년 퍼레이드 – 외국인 대표단으로 참여한 뜻깊은 경험

베트남 하이퐁 이야기입니다.


비 오는 아침, 걱정으로 시작된 하루

2025년 5월 11일, 하이퐁 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하이퐁시 중심광장에서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전날에는 행사 리허설이 진행되었고, 본행사는 바로 오늘 아침부터 예정되어 있었는데,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창밖에 들려오는 굵은 빗소리에 순간 걱정이 앞섰습니다. 혹시나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퍼레이드 시작 전 비가 잦아들고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강한 햇볕 없이 선선한 날씨 속에서 행진을 시작할 수 있어 오히려 쾌적했고, 참가자들과 시민 모두에게 부담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이러한 날씨의 변화는 마치 하늘도 이 행사를 응원해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하이퐁 외무부 공식 초청… 한인회 대표단 참가

이번 퍼레이드는 하이퐁시 주관으로, 하이퐁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커뮤니티에도 공식적으로 참여 요청이 전달되었습니다. 하이퐁 외무부에서는 하이퐁 한인회에 약 7명의 퍼레이드 대표단 구성을 요청했고, 한인회 회장님을 포함해 7명이 한국을 대표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한국 대표단은 미리 준비해둔 전통 한복을 갖춰 입고 행사에 임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단정한 색감의 한복을 입고 깃발을 들고 함께 걷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구경나온 현지 시민들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대표들이 "Đẹp!(예쁘다)"이라고 말하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해올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순간은 단지 복장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가 이 자리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져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한복은 저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타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수천 명 인파와 환호, 그리고 세심한 안전관리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거리 양쪽에 운집한 엄청난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수많은 하이퐁 시민들이 도로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고, 박수를 보내며, 많은 시민분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구간에서는 베트남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이 스피커로 울려 퍼졌고, 시민들의 응원 구호, 밝은 표정,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지며 행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며, 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을 떠올릴 정도로 강렬한 현장감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모인 만큼, 행사 운영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는데요. 베트남 공안과 군 병력 수백 명이 이른 아침부터 도로 곳곳에 배치되어 시민의 동선을 정리하고, 퍼레이드가 원활히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보며 이 행사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도시 전체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자연스럽게 이어진 따뜻한 교류

퍼레이드에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라오스, 도미니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대표단이 함께했습니다. 각국의 복장도 다양했고, 준비해온 소품이나 깃발을 통해 각자 문화를 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진 도중, 자연스럽게 옆에 선 다른 나라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복장이 참 멋지네요” 같은 짧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말 몇 마디, 사진 한 장이 전부였지만, 그 순간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서로를 알아가는 진심 어린 교류의 시간이었습니다.

한인회 회장님께서는 “이분들, 하이퐁에서 열리는 다른 행사에 가면 또 보게 될 겁니다. 이번 기회에 얼굴을 익혀두면 좋아요”라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저 역시 이 짧은 교류가 앞으로의 인맥 형성과 지역사회 내 유대감을 쌓는 데 큰 의미가 있으리란 걸 느꼈습니다.


교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 소중한 자리

이번 퍼레이드는 단순한 행진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베트남 시민들 속에서 한국을 대표해 걷는다는 자부심, 각국의 대표단들과 함께 호흡하며 어깨를 나란히 한 시간들, 그리고 환호 속에 느껴지는 소속감… 모든 순간이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퍼레이드는 교민으로서 하이퐁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실감하고, 앞으로의 삶 속에서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다음 기회엔 함께 걸어보시길

앞으로 이와 같은 공식 행사가 있을 경우, 하이퐁 한인회 네이버 카페 ‘공지사항’란을 통해 미리 안내드릴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교민분들은 공지를 꼭 확인해보시고, 직접 참여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실제로 현장에 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라는 정체성과,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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