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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퐁에서 만난 익숙한 안식처, 반까오 거리의 유래와 한국인 거리로서의 현재 (2025년 4월 기준)
베트남 하이퐁 이야기입니다.
낯선 문화와 언어 속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초기에 마주했던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말투,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예상치 못한 ‘쉼터’ 같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반까오 거리(Văn Cao)**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한식당이 있다는 얘기만 듣고 가봤는데, 그곳에서 마주한 익숙한 간판과 한국어, 그리고 따뜻한 음식 냄새는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들른 듯한 안도감을 안겨줬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이 반까오 거리의 매력과 함께, 왜 이곳이 '하이퐁의 한국인 거리'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반까오 거리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반까오(Văn Cao)는 단순한 거리명이 아닙니다. 이 이름은 베트남의 국민적인 작곡가이자 시인인 **‘반카오’**에서 유래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Tiến Quân Ca’**는 현재 베트남 국가로 지정되어 있으며,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그를 기리기 위해 하이퐁 중심부의 주요 거리 중 하나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죠.
이 지역은 프랑스 식민지 시기부터 도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으로, 과거에는 주요 관청과 상류층 주택가, 교육기관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교적 체계적인 도시 인프라와 역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인 거리로서의 반까오 –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반까오가 ‘한국인 거리’로 불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당시 삼성, LG, 현대 등 주요 한국 대기업들이 하이퐁 및 인근 지역에 생산기지를 세우면서 수많은 한국인 주재원과 가족들이 하이퐁으로 이주해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한식당, 한국 마트, 학원, 병원, 미용실 등 한국인이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반까오 거리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한국인 거주 밀집 지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이곳을 걷다 보면 한글 간판이 눈에 띄고, 거리 곳곳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반까오 거리의 현재 모습과 특징
1. 한식 중심의 다양한 먹거리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떡볶이 같은 익숙한 메뉴는 물론이고, 베트남 현지 식자재를 활용한 한국식 퓨전 요리까지 제공하는 식당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일부 식당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는 곳도 있어 마치 한국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달래거나 소박한 위로가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곳입니다.
2. 한국어가 통하는 서비스 공간
한국어가 통하는 미용실, 병원, 유아용품점, 부동산 사무소 등이 있어 초보 거주자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저 역시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반까오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고, 의사와 간호사가 한국어로 설명해줘 큰 걱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안전하고 쾌적한 거리 환경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비교적 넓은 인도와 조경이 갖춰져 있어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야간에도 밝은 가로등 덕분에 가족 단위 외출이 많으며, 카페나 디저트 가게 앞 테이블에서는 조용히 노트북을 펼친 외국인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반까오의 미래와 가치 상승 가능성
2025년 현재, 하이퐁시는 떠이응우옌 지역 중심의 행정 재편과 함께 도시 전반에 걸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반까오 역시 그 중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반까오 인근에는 고급 아파트 단지, 복합 쇼핑센터, 국제 유치원 등이 들어서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부동산 관심 지역으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유럽계 거주자들도 점차 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이제는 ‘한국인 거리’를 넘어 ‘외국인 친화 거리’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마무리하며
하이퐁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이방인의 불안감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반까오 거리는 그런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낯선 도시 속에서 마음 편히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 아이와 함께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 한국어가 통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누군가도 반까오에서 자신만의 쉼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이퐁에 거주 중이거나 이주를 준비 중이라면, 반까오 거리는 한 번쯤 꼭 들러볼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더 많은 하이퐁의 생생한 정보와 교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네이버 카페 **‘하이퐁 한인회’**에 방문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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