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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민 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망, 현실적인 비상대응 구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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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퐁 교민을 위한 ‘비상지원 네트워크’, 지금 필요한 이유와 현실적인 시작법
베트남 하이퐁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하이퐁 한인회장님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 한 가지 대화가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혹시라도 교민 중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구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화가 끝난 후에도 이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하노이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인데, 혼자 생활하시던 한 교민이 갑자기 돌아가셨고, 연락이 늦어져 며칠간 시신이 방치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하이퐁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정식 시스템은 아니지만, ‘비상지원 네트워크’라는 개념
지금 한인회는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이제 막 네트워크 기반을 닦아가고 있는 초기 단계입니다.
아직은 제도나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무거운 감이 있죠.
게다가 ‘사망’이나 ‘장례’와 같은 단어는 감정적으로도 거리감이 큽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습니다.
공익적인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무리 없이 실천 가능한 구조로 시작한다면
한인회와 교민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건 ‘비상지원 네트워크’입니다.
상조회처럼 부담스러운 시스템이 아닌, 최소한의 연결 구조와 대응 가이드를 중심으로 하는
가볍지만 실질적인 구조입니다.
‘비상지원 네트워크’가 의미하는 구조
이 네트워크는 한인회나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
관심 교민 등록
회비 없이, 간단한 연락처 공유로 참여 (네이버 폼, 비공개 링크 등으로 가능) -
비상 상황 발생 시 조율자 역할 수행
당사자나 가족이 요청할 경우, 병원·대사관·장례 절차 등 필요한 기관과의 연결 및 안내 -
사전 정보 정리 및 매뉴얼화
지역 병원, 장례식장, 화장장, 대사관 연락처, 유가족 통지 절차 등 기본 정보 확보 및 정리 -
법적·재정적 책임은 없음
행정 대행이 아닌 연결자 역할에 한정 (문제 발생 시 법적 보호를 위해 이 점은 명확히 고지) -
가족 부재 시 유족과 연락 협조
직접적 개입은 아니더라도, 상황 전달 및 정보 제공만으로도 큰 도움이 됨
왜 이게 지금 필요한가?
1. 장기 체류 고령 교민 증가
하이퐁에도 50~60대 이상 장기 체류자가 늘고 있으며, 가족 없이 지내는 분도 있습니다.
비상 시 연락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2.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에 대한 정보 부족
응급상황에서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한국 대사관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단한 매뉴얼만 있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한인회의 실질적 역할 강화
‘교류의 장’에서 나아가 **‘위기 시 옆에 있는 존재’**로 기능하게 된다면
한인회의 신뢰도와 참여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입니다.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저도 처음엔 이걸 블로그에 쓰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작게, 현실적으로, 공감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하자.’
추천하는 첫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설문조사 형식의 의견 수렴
네이버 폼 등을 통해 이름 없이도 제출 가능하도록 구성
회비나 서비스라는 단어는 배제, ‘이런 네트워크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도의 질문으로 구성 -
실제 사례 공유를 통한 공감 유도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라는 이야기 형태로 설명회를 열거나 게시글 업로드 -
정식 시스템 도입 전, 비공식 문서로 준비
대응 시나리오와 연락처 정리 등은 내부용 문서 형태로 관리
필요한 경우, 병원·영안실 등과의 비공식적 협조선 구축 가능
마무리하며 – 이것은 상조회가 아닙니다
‘비상지원 네트워크’는 법인도 아니고, 상조회도 아닙니다.
그저, 하이퐁이라는 타국에서 살고 있는 교민들 사이에 **"우린 혼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구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하나의 제안일 뿐입니다.
하지만 한 명이 시작하면, 두 명, 세 명,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소중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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